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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을 걷자] 구구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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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9월 22일
출근에 걸리는 시간은 약 50분.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는 것도 있고 해서 꽤나 귀찮다.
그래서 아침 시간에는 무료 배포하는 지하철신문을 즐겨 보는 편인데, 개중에서도 만화가 많은 Zoom을 선호하는 편. 오늘은 그 중 [불량주부일기]라는 만화를 보고 웃었다.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로 날짜가 체크되어 있는데, 남편이 이 날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어쨌든 축하는 해야겠다면서 인형옷 입고 마눌 회사까지 가서 쇼를 했는데, 정작 마눌도 무슨 날인지 모르더라는 이야기. 그런데 이 일을 실제로 겪은 적이 있으니까 남의 일이 아니더라.(대폭소) 내가 결혼했다는 건 아니고(...) 대학생 시절, 결혼한 선배가 있었다. 캠퍼스 커플로 결혼한지라 마눌쪽도 내가 아는 선배.(게다가 학생) 선배 부부와 친하게 지내기는 했지만 그쪽은 신혼이니, 가끔 밥도 얻어먹고 술도 마시고 했지만, 자고 오는 건 되도록 피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술이 떡이 되어서 뻗었다가, 밤중에 '아아 결국 자고가는구나. 미안타 선배...'를 중얼거리며 화장실에 다녀온 나는 그냥 무의식중에 달력에 체크를 했다. 체크한 날짜는 집에 내려가는 날짜. 그러니까 선배 집에서 잔다고 스스로 중얼거리면서 제 집 달력인 것처럼 체크를 할 정도로 취해 있었다는 이야기. 다음날 콩나물국 얻어먹고 등교해서 강의 받고, 조금 미안한 맘이 있던 나는 며칠 그쪽 걸음을 삼가했다. 생각해보라. Make baby 작업에 여념이 없을 때인 신혼부부 생활을 하루나마 방해했으니 얼마나 뻘쭘할지를...ㅡㅡ; 그리고 집에 다녀온 다음 주 월요일. 선배(남편)쪽이 핼쑥한 얼굴이 되어 학교에 등장. "행님. 얼굴이 반쪽이네예." "아 쓰바, 말 마라. 뒤지는 줄 알았다." "와요?" "**(마눌이름)가 토요일에 체크를 해놨는데 이게 무신 날인지 알아야 말이지. 할수없이 꽃다발 사들고 들어갔는데 마눌은 아예 집을 레스토랑으로 만들어논기라. 글다보이 분위기는 좋았는데 그 다음에... 어흠. 그, 그런게 있다." 그리고 맥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말 "대체 무신 날이고 그날이..." 일요일 내내 침대 위에 있었던거요!(버럭!) 나중에 마눌선배 쪽 이야기를 들어보니 비슷한 상황. 남편이 기념일이라고 달력에 찍었는데 뭐냐고 물었다간 '그것도 잊었나, 으이? 사랑이 식은 거 아이가?"라고 면박들을 상황이라 고민고민하다가 선배 좋아하는 요리 차려놓고 어물어물 넘어가려 했던 것이란다. 그상황에서 내가 "아, 그거 내가 실수로 찍은 긴데예."라고 불었다가는 그날로 황천행인지라 입 꾹 다물고 있었다. 선배 팔뚝은 마눌 허리만하다...ㅡㅡ; 그로부터 몇달 뒤, 선배 부부가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충 맞춰보니 그날 전후더라(웃음) 여하간 그런 스토리가 있다보니. 안 웃을 수가 없었다. 2호선 대림역 엘리베이터에서 킥킥거리고 있던 사내가 있었다면 틀림없는 본인. |